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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정신으로 다시 사는 법 – 드라마 〈금주를 부탁해〉를 통해 본 삶의 회복력

by 잼잼스 2025. 6. 23.

출처 : 나무위키 금주를 부탁해

 

 

“내가 술을 끊은 게 아니라,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된 거야.”

금주를 부탁해는 술을 끊는 이야기를 가장한, 사실은 감정을 되찾고 삶을 회복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단순히 ‘음주 습관 개선’이라는 테두리로 이 작품을 규정할 수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이야기 중심에는, 술 없이 견디기 어려웠던 감정들과 그것을 껴안는 용기를 조금씩 배워가는 한 여성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숨기고 외면했던 '진짜 나'가 있었다.

 

한금주, 스스로 포기하지않기위해 금주를 시작한 여자

한금주는 자동차 정비사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전혀 수리되지 못한 상태였다. 술은 그녀에게 도피처였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상처를 잊기 위해, 감정을 마비시키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 모든 시선에도 불구하고, 금주는 결심한다. “이젠 술 없이 살아볼래.” 그건 단순히 음주를 끊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고향에서 만난 옛 친구, 서의준. 지금 그는 보건지소의 정신과 전문의로, 금주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준다. “지금 너의 감정은 어떤 색이야?” 이 한 마디는 감정을 느낄 자격조차 잊고 지내던 금주에게 큰 울림을 준다. 그는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옆에 서서 묻고, 기다릴 뿐이다. 금주는 그와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기대는 법을 배워간다.

고향의 가족들. 엄마는 걱정을 가장한 잔소리를 하고, 아빠는 침묵으로 애정을 숨긴다. 언니는 육아와 현실에 지쳐 있고, 할머니는 금주의 이름을 기억할 듯, 놓아버릴 듯 간신히 부른다. “넌 아무리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애야.” 이 한마디는 금주를 붙잡은 유일한 삶의 뿌리였다. 이 드라마는 가족을 과하게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심의 단편들을 가만히 비춘다.

금주는 맨정신으로 사람들과 부딪히며, 더 많이 흔들린다. 술 없이 실망하고, 외롭고, 아프다. 하지만 그녀는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려 한다. 억누르던 감정을 꺼내고, 실수를 감당하고, 위로받으며 다시 사랑하고 싶어 한다.
감정이 약함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가 아픔이라고.

그리고 지금의 금주는, 그 아픔을 인정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다.

보천은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금주는 스스로를 돌아본다.

“오늘은 어땠어?”, “조금은 덜 아팠어?”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금주의 하루를 지탱했다.
회복은 거창하지 않다. 그건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해 주는 일. 하루하루 삶을 다시 살아내는 일이었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한 잔을 따르고 싶다

금주를 부탁해는 말한다.

“감정을 느끼는 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다.” “정신이 맑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만큼 용기 있는 일은 없다.”

오늘 나는 내 감정을 솔직히 느꼈고, 하루를 견뎠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니 이젠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고. 내 삶, 이제는 나도 좀 사랑해 봐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