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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어쩔 수가 없다> 이병헌이 휘두른 도끼, 그 처절하고도 기괴한 재취업 수기

by 잼잼스 2026. 2. 6.

 

극장에서 놓치신 분들 많으실 텐데 드디어 넷플릭스에 올라왔더라고요. 오늘은 이 영화가 왜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지, 만수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깊게 파헤쳐 보려고 해요.

1. 25년 베테랑의 몰락과 기괴한 결심

주인공 만수(이병헌)는 제지 공장에서 25년을 몸담은, 말 그대로 종이 만드는 일에는 도가 튼 베테랑이에요. 하지만 회사가 매각되면서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되죠. 처음엔 아내 미리(손예진)에게 당당하게 금방 재취업하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자기가 일했던 공장에 다시 지원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쳐요. 그러다 만수는 아주 섬뜩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나보다 실력이 좋은 잠재적 경쟁자 7명을 직접 제거하면, 다음 공고 때는 내가 무조건 1순위가 되지 않을까?"

그때부터 만수는 구인 광고를 가짜로 내서 경쟁자들의 이력서를 수집해요. 그리고 그들의 집 주소를 파악해 한 명씩 사냥하러 다니기 시작하죠.

2. 한 명씩 지워가는 경쟁자들, 그리고 딜레마

첫 번째 타깃을 찾아갔을 때 만수는 손을 벌벌 떨어요. 자기는 살인마가 아니라 그냥 가장일 뿐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죠. 하지만 첫 번째 살인이 생각보다 허무하게 성공하고 나서부터 만수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성민 배우가 맡은 경쟁자와의 에피소드였어요. 그는 만수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동시에 만수만큼이나 절박한 가장이었거든요. 두 사람이 대치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그 묘한 동질감과 긴장감... 결국 만수는 그를 처단하면서 자신의 인간성도 함께 도끼로 내려찍어 버립니다.

여기에 만수를 의심하는 경찰(박희순)과 눈치 빠른 고용센터 직원(염혜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과정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가미되어 웃음과 공포가 동시에 터져 나와요.

3. 가족이라는 이름의 묵인

아내 미리는 남편이 밤마다 밖으로 돌고, 옷에 피가 묻어 들어오는 걸 보며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끼죠. 하지만 미리는 묻지 않아요. 오히려 남편이 다시 웃음을 찾고, 집안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에 안도하는 듯한 기묘한 태도를 보입니다.

후반부에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 우아한 선율 속에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함이 정말 소름 끼쳤어요. "가족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느껴졌거든요. 결국 만수는 꿈에 그리던 재취업에 성공해 다시 공장으로 출근하게 됩니다.

4. "어쩔 수가 없다"는 결말이 주는 여운

결국 만수는 승리했을까요? 번듯한 회사원복을 입고 출근하는 그의 가방 안에는 여전히 도끼가 들어있고, 그의 눈에는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환영이 계속 보입니다.

영화는 만수가 회사 옥상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때 흐르는 그 공허한 표정이 잊히질 않네요. 우리는 모두 살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잖아요. 만수가 휘두른 도끼는 사실 그가 휘두른 게 아니라, 이 사회가 그의 손에 쥐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평: 이토록 우아하고 잔혹한 생존 신고서

이 영화는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한계가 어디인지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에요. 찌질한 백수에서 광기 어린 살인마로, 다시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오는 그 복잡한 심리 묘사가 정말 일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고민 중이시라면 주저 말고 선택해 보세요. 보고 나면 '어쩔 수가 없다'는 그 제목이 얼마나 무거운 의미인지 가슴 깊이 공감하게 되실 거예요.


한 줄 평: 세상에서 가장 슬픈 취업 성공기이자, 가장 잔혹한 가족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