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은 대한민국 법조계의 심장, 대형 로펌과 법원이 밀집한 공간이자 수많은 이야기가 교차하는 현실의 무대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곳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어쏘 변호사들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법이 아닌 사람이 진짜 답을 찾을 순 없는지” 묻습니다.
어변저스의 일상 속 정의 찾기
드라마는 한 식탁에서 ‘어변저스(어쏘 변호사 어벤저스)’로 모인 다섯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9년 차 베테랑 안주형(이종석)은 논리적이지만 감정에 서툴고, 1년 차 신입 강희지(문가영)는 열정 가득하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합니다. 중간관리형 조창원(강유석), 현실주의 배문정(류혜영), 감정형 하상기(임성재)도 각기 다른 이유로 ‘일’과 ‘정의’를 고민하죠.
매일 아침 법원 앞 풍경으로 시작하고, 점심에는 식당에서 소소한 고민을 나누며, 퇴근 후엔 술잔을 기울이는 소소한 위로가 반복됩니다. 형사 부터 가사, 노동, 청년 상담에 이르기까지 한 회 한 회가 “내 이야기 같다”며 공감하게 만듭니다.
법정 밖에서 더 빛나는 인간
각자의 방식으로 법조계 안착을 꿈꾸지만, 누군가 인정해줄까 불안해하고, 누군가 도움받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주형은 법 논리에 집중하지만, 정작 맡은 사건이 사람의 삶과 감정이라는 걸 절실히 배웁니다. 희지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스스로의 속도를 찾아가고, 창원은 그 틈에서 위로받는 법을 익히죠. 문정은 ‘완벽한 변호사’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을 잃고, 상기는 감정과 절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갑니다.
정작 법률 지식은 뒤통수에 있어도, 결국 변호사란 ‘사람의 무게를 들 수 있는 존재’ 임을 보여줍니다.
절제된 프레임 속 깊은 울림
박승우 감독은 카메라 이동을 최소화하며 일상의 풍경 안에 정서를 담아냅니다. 법정 복도가 먼지 가득해 보일 때, 잔잔한 조명 아래 텅 빈 회의실이 순간 위로로 느껴질 때, 그 속에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납니다.
음악도 화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잔잔히 흐르다 갑자기 묵직해지지 않고, 대사보다 장면이 더 많은 ‘혀 없는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작지만 단단한 위로
요컨대 이 드라마는 “풍문보다 내 하루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밝지 않아도 되지만 꺼지지도 않은 불빛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작은 고민 앞에서도 법이 아닌 ‘진심으로 마주하려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서사는 마음에 작지만 단단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법조 드라마라 하면 통쾌한 승소 장면이나 변호사의 카리스마가 머리에 떠올랐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실패, 고민, 어색함 속에서 정의를 찾아갑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위로가 됩니다.
일상 속에서 ’내 삶의 정의’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조용하지만 틈새가 깊은 드라마였습니다.